나의 4번째 일본, 도쿄 4박 5일 여행기

나의 4번째 일본, 도쿄 4박 5일 여행기

일본을 3번이나 갔었지만, 나는 이번 여행 전까지 도쿄나 오사카를 간 적이 없었다.
언젠가는 가게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며 비교적 덜 유명한 곳만 다니다가 이번에 일본을 처음 가는 친구와 함께 도쿄를 가게 되었다.
주변에 도쿄를 다녀온 사람들 말에 의하면 서울과 비슷하다고 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으려 했으나...! 계획을 짜다보니 기대감이 왕창 생겼다.

여행 기간: 2024년 5월 11일 ~ 5월 15일

1일차

사실 밤 9시 비행기를 타고 가서 1일차에는 한 것이 없다.
하네다 공항 도착이 오후 11시, 그리고 입국 심사가 어림잡아 1시간이 걸릴 것을 예상했을 때 너무 늦은 시간으로 인해 대중교통으로는 시내로 들어갈 수가 없다고 판단했다. 물론 택시를 타고 갈 수는 있지만 야간 할증까지 붙은 일본의 택시 요금을 감당하기는 조금 돈이 아까워서 1일차에는 잠만 잘 수 있는 공항 근처의 토요코인 호텔을 예약했다.

[토요코인 도쿄 하네다공항2] 라는 호텔로 예약했다. 공항에서 택시로 8~10분 정도 걸렸다. 방이 전체적으로 좁았다. 화장실도 거의 비행기 화장실 2개 합친 정도 크기 정도로 작았다. 그래도 잠만 자고 가는 숙소니까 별로 개의치 않았다.
물을 제공하지 않아 숙소 바로 앞에 있는 편의점에서 물만 사서 오고 바로 씻고 잤다.

2일차

같이 여행 온 친구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일찍부터 긴자로 이동해야 했다.

이번 여행 내내 아주 도움이 됐던 도쿄 메트로 패스도 교환하고 긴자로 이동했다.

긴자는 뭐랄까... 가로수길 같은 느낌이었다. 대신 조금 더 회색빛인?
뭔가 대단히 도시의 풍경이 신기하다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거리가 엄청 깔끔해서 기분이 좋았다.
앞서 얘기했던 친구의 목표는 바로 셀린느의 가방을 사는 것이었다. 오픈런은 못했지만 생각보다 대기 줄이 짧아보여 바로 줄을 섰고 약 1시간 정도 기다린 끝에 가방을 샀다. 가방을 사자마자 바로 [긴자 사토요스케]로 우동을 먹으러 갔다.

일반적인 우동과 달리 면이 얇고 납작한 면이었다. 국물에 담겨 나온 우동은 가쓰오부시 맛이 진하게 나는 육수였다. 맛있었다. 약간 슴슴한가? 싶은데 국물을 그릇 채 들어서 싹 마시고 싶은 느낌의 육수였다. 판우동은 두 가지 소스와 함께 나온다. 하나는 일반적인 간장 베이스 육수고, 하나는 땅콩 맛이 나는 고소한 맛인데 둘 다 맛있었다. 나는 일요일 오후  1시 반 쯤에 가서 20~30분 대기 후 입장했는데, 딱 이정도의 웨이팅이 적당한 곳이었다.

밥을 먹은 후에는 [Ginza de Cafe]로 커피를 마시러 갔다. 음~ 여기는 살짝 내 감성은 아니었다. 일본하면 레트로한 카페가 많다고 해서 찾아갔는데, 나는 레트로보다는 깔끔 모던이 좋은 것 같다. 긴자가 땅이 비싸서 그런지 사진 속 아이스 커피가 만원이 넘었는데, 그에 비해 커피도 너무 연해서 조금 돈이 아까웠다.. (그냥 스타벅스 갈껄.. ㅠㅠ)

카페까지 다녀온 후에는 앞으로 4일차 까지 머물다 갈 호텔에 체크인 했다.
우리가 예약한 호텔은 [긴자 그랜드 호텔] 이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긴자보다 신바시 역이 더 가까운데, 긴자역까지 도보 1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했다. 숙소가 비싼 긴자에 있는 것에 비해 가격이 꽤 괜찮아서 예약했다.

토요코인보다 훨씬 넓은 방!
토요코인 보다 훨씬 넓은 화장실!

확실히 연식이 좀 있어 보이긴 했으나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 컨디션이면 만족스러웠다. 숙소에서 잠깐 재정비를 하고 우리는 한국에서 미리 예매했던 전시 [팀랩 보더리스]로 갔다.

팀랩 보더리스가 롯폰기에 새로 생긴 빌딩 아자부다이힐스에 있어서 겸사겸사 가는 길에 롯폰기 투어도 잠깐 했다. 팀랩 보더리스는 아주 좋았다. 처음 입장했을 때는 이제는 좀 흔해진 빔 프로젝터 아트가 보여 순간 실망할 뻔 했는데, 보더리스라는 말 그대로 경계 없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마주한 공간들에서는 입이 떡 벌어지기도 했다. 정말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것들을 볼 수 있었는데, 정말 추천한다. 팀랩 보더리스만 사진을 올리기에는 사진이 너무 많아서 사진은 생략했다.

보더리스 투어가 끝난 이후에는 배가 고파서 아자부다이힐스 지하에 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커리도 깔끔하고 돈까스도 맛있었는데 식당 이름이 도무지 기억이 안 난다. 구글맵에서 찾아보려고 해도 모르겠다. 분명 맛있었는데..

저녁을 먹고 도쿄타워 야경을 보러 시바공원으로 갔다. 도쿄타워는 정말 예뻤다. 나는 도쿄에서 본 시티뷰 중에서는 도쿄타워가 제일 좋았다.

다시 봐도 너무 예쁘다.

5월의 도쿄는 날씨가 참 좋았다. 그래서 우리는 도쿄타워에서 호텔까지 걸어갔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순간이다.

3일차

3일차는 제일 기대되었던 일정이 있었다. 바로 해리포터 스튜디오!
여행 일정 중 유일하게 비가 오는 날이었는데, 딱 실내 일정만 있어서 타이밍이 아주 좋았다. 해리포터 스튜디오로 가는 지하철에서부터 이미 호그와트 학생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도 반팔 셔츠에 검은 조끼를 입어서 교복 같은 느낌을 냈다. 입장 전에 로비에 있는 기념품 샵에서 딱총나무 지팡이와 그리핀도르 나비 넥타이를 사서 제대로 호그와트 학생 분위기를 내며 다녔다.

해리포터 스튜디오는 영화를 촬영했던 스튜디오를 그대로 재현한 느낌이었다. 영화와 책 모두 다 보고 읽었던 나는 상상과 영상으로만 보던 장소에 와 있는 느낌이어서 너무 행복했다. 호그와트 레거시라는 게임도 하고 있는데 아마 앞으로 훨씬 더 몰입하면서 할 수 있지 않을까?

놀이공원은 아니고 스튜디오이기 때문에 따로 체험 요소는 없어 가볍게 해리포터를 좋아한다면 유니버설의 해리포터를 더 선호할 것 같다. 도쿄의 해리포터 스튜디오는 찐 덕후들이 더 좋아할 것 같다.

해리포터 스튜디오에서 11시부터 5시까지 머물었다. 잠깜 호텔로 가서 쉬고 한국에서 예약해 두었던 저녁 식사를 하러 갔다.

[무슈 미즈키]라고 하는 식당이었다. 원래는 [곤파치 니시이자부]라는 영화 킬빌에서 나왔던 이자카야를 가려고 했는데, 예약을 못해서 다른 이자카야를 알아보다가 1인당 15만원짜리 일본주 페어링 식사를 예약했다.

총 9가지의 음식이 나오고 각 음식에 맞는 일본 전통주를 준다.

저 큰 사케를 다 주는 것은 아니고 따로 소분(?)되어 나온다. 한 사케 당 300ml 정도는 준 것 같은데, 사케가 맥주만큼 약한 술은 아니다보니 코스 끝으로 갈수록 많이 취했다. ㅎㅎ... 점점 주는 대로 다 받아먹다가는 다음날 큰일날 것 같아서 맛만 보고 말았다. 15만원에 정갈한 음식 9가지, 그리고 혜자스럽게 주는 사케를 생각하면 15만원이 아까운 돈은 아니었다. 일본인만 가득했던 가게 분위기와 친절한 직원들까지 너무 좋았다. 다음에 도쿄를 또 가게 된다면 이 식당도 또 가고 싶다.

4일차

이 날에는 시부야를 갔다. 특별히 어딜 가겠다는 계획없이 무작정 지하철을 타고 시부야로 갔고 그 유명한 스크램블 사거리도 봤다. 도착하자마자 배가 너무 고파서 점심을 먹어야 했는데, 줄을 서고 있는데를 최대한 피해 오므라이스 식당으로 들어갔다.

[라케루] 라는 식당이었다. 가게 분위기는 상당히 레트로한 느낌이었다. 음식의 맛은 사실 그리 특별할 것은 없는 데미그라스 소스 기반 오므라이스였다. 그래도 줄을 서지 않고 먹어서 그런지 이 식당에 대한 인상은 긍정적인 편이다.

간단히 허기를 채우고 친구가 알아본 카페를 갔다. 시부야 스크램블 사거리에서 조금 골목 쪽으로 들어가면 나오는 거리에 있었는데, 이 거리가 상당히 맘에 들었다.

한국의 성수 같은 느낌의 거리였다. 이 거리를 다니는 사람 모두가 멋쟁이처럼 보였고 중간중간 있던 편집샵과 소품샵들이 예뻤다.

우리가 간 카페는 [커피 수프림 도쿄]다. 슈퍼마리오를 닮은 사장님이 운영하는 작은 카페였는데 깔끔하고 힙한 느낌이었다. 2일차에 갔던 긴자의 레트로 풍 카페보다 훨씬 좋았다. 여기서 시간을 좀 보내고 근처 공원에서 산책을 했다. 여기저기 편집샵도 구경하다가 시부야 스카이 전망대로 갔다.

원래는 일몰 시간을 예약하고 싶었으나 그 시간대는 매진되어 3시 반 타임을 예약했다. 날씨가 좋아서 저 멀리 후지산도 살짝 보였다. 도쿄를 한 눈에 볼 수 있어 좋았다.

시부야 스카이에서 찍은 스크램블 사거리

전망대에서 내려온 이후에는 오모테산도와 캣 스트리트를 구경했다. 긴자를 이미 보고와서 그런지 오모테산도는 그냥 그랬다. 조금 더 넓은 가로수길 같은 느낌이었다. 캣 스트리트 보다는 시부야 골목이 더 재밌었다. 구경하다가 배가 고파져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역시 줄을 기다리는데에는 이제 지쳐서 그냥 돌아다니다가 줄 없는 곳에서 식사했다.

[요시]라는 식당이었다. 밥 위에 올라간 함박 스테이크를 총 3덩이를 먹는 건데, 1덩이 씩 주고 다 먹어가면 새로운 덩이를 직원이 불판 위에 올려준다. 고기를 많이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함박 스테이크도 맛있었다. 역시 웨이팅 없이 먹어서 그런지 나는 만족스러웠다.

밥을 먹고 돈키호테에서 쇼핑한 후 호텔로 돌아갔다.

5일차/마지막날

마지막 날에는 점심에 오코노미야끼를 먹었다. [히데보]라는 식당이었는데 호텔에서 도보 10분 정도에 위치해 있었다. 들어가보니 가게에 아베 총리와 사장님이 같이 찍은 사진이 걸려 있었다. 뭔가 묘했다..

일본에서 오코노미야끼를 이렇게 제대로 먹은 건 처음이었다. 한국에서 먹는 것 보다 훨씬 덜 느끼하고 맛있었다. 사장님도 친절해서 좋은 기억이 남은 식당이었다.

점심을 먹고 난 이후에는 공항을 가기 전 막간 쇼핑을 했다. 친구는 심지어 가방을 샀는데, 나는 이 대엔저 시대에 아무것도 안 사간다면 무언가 손해를 보는 기분이었다. 그러다가 [도버스트리트마켓] 7층에 있는 카페에서 본 어떤 아저씨가 입은 노란색 꼼데 티셔츠가 너무 예뻐 보였다. 그래서 근처에 있는 꼼데 가르송으로 갔다. 아쉽게도 노란색은 사이즈가 없어 하늘색을 구매했는데, 한국에 와서도 자주 입고 있다.

친구도 같은 티셔츠를 샀다.

공항은 일찍일찍...

참고로 이 날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놓쳤다 ㅠㅠ 메트로 패스로만 지하철을 이용하다보니 지하철 티켓을 당연히 카드로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파스모, 스이카, 또는 현금만 가능했던 것이다. 하필이면 현금이 모자라서 급하게 ATM을 찾아 현금을 뽑고 티켓을 구매했는데, 공항행 열차는 이미 떠나버렸다.

이미 늦음을 알고 탄 열차 안에서 초조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대처가 무엇인지 생각하다가 항공사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다. 직원이 항공권 취소를 하는게 좋을 것 같다고 해서 취소를 하고 바로 다음 비행기 티켓을 알아보았다. 다행히 우리가 타려고 했던 비행기 출발 시간 1시간 이후에 출발하는 비행기가 있어서 발권을 하고 비행기에 탑승했다. 인천공항에 도착하고 보니 인천공항-대전 막차만 남은 시간이었다. 만약 이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면, 공항에서 노숙할 뻔했다. 정말 다행이었다.

마지막에 약간의 해프닝은 있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강렬하게 기억에 남을 도쿄 여행이었다 ㅎㅎ

다시 도쿄를 여행할 지는 잘 모르겠지만, 만약에 다시 가게 된다면 도쿄 외곽을 위주로 돌아보고 싶다. 조금 더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곳으로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