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다카야마-나고야 여행

일본 다카야마-나고야 여행

6월 27일부터 7월 1일까지 총 4박 5일 동안 기후현의 다카야마와 나고야를 여행했다.

일정은 대략 이러했다.
1일차: 인천 -> 나고야 -> 다카야마 이동
2일차: 다카야마
3일차: 다카야마 -> 나고야 이동
4일차: 나고야
5일차: 나고야 -> 인천

 2015년에 삿포로, 2018년에 후쿠오카를 다녀온 나는 보통 많이 가는 오사카, 도쿄를 가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번째 여행지로 나고야와 다카야마를 선택한 이유는 한국인에게 유명한 지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이 매우 핫한 여행지가 된 요즘, 도쿄나 오사카를 가면 내가 온 곳이 신촌인지, 일본인지 헷갈릴 정도로 한국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여행을 가는 이유는 자고로 일상 탈출. 나와 여행을 함께 한 친구 역시 한국인이 없는 지역으로 여행을 가는 것에 100% 동의하여 알아보던 중 나고야를 선택하게 되었다.
 나고야는 내가 살고 있는 도시 대전과 비슷한 이미지다. 한마디로 노잼 도시의 이미지다. 하지만 여러 맛집 프랜차이즈의 본점이 있기도 한 미식 도시로 유명하다. 아무튼 슬쩍봐도 할 것이 별로 없는 곳에서 4박 5일을 다 보내기는 무리라고 판단하여 주변 도시를 같이 여행하기로 했다. 다카야마와 시즈오카가 후보지에 있었다. 시즈오카는 후지산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등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유명하다. 다카야마는 전통 가옥이 있는 거리가 유명한 도시다. 뚜벅이 + 저질체력 사정을 고려하여 다카야마로 선택했다.

 여행 준비는 그다지 할게 없었다. 입국 수속 관련해서도 PCR 검사 결과지도 필요가 없어 몸만 가면 된다. 일본은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기 때문에 단순히 Visit Japan에서 입국을 위해 필요한 정보들을 입력하고 QR 코드 2가지를 발급 받으면 되는데, 비행기 탑승 후 승무원이 나눠주는 양식을 작성해도 된다. 다만 QR 코드가 있으면 조금 더 빨리 입국 수속을 마무리 할 수 있다.
 이 외에 환전, 와이파이도시락, 여행자보험, 숙소 예약, 교통편 예약 등 꼭 해야하는 것들은 동행한 친구 덕분에 스무스하게 할 수 있었다.

1일차

 나고야 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비행기가 오전 10시 40분 비행기여서 대전에 사는 우리는 새벽 5시 40분 버스를 타고 갔다. 매우 여유있게 출발했다고 생각했는데 고속도로에 사고 처리 현장이 있어 30분 정도 도로에 멈춰 있었다. 예상 도착 시간이 8시 50분이었는데 9시 20분에 도착했다. 사람이 없어 걱정과는 달리 빠르게 탑승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를 탔다.
 비행 시간은 약 1시간 반 정도 소요됐다. 미리 발급해 둔 QR 코드가 있어 금방 입국 수속을 마치고 짐을 찾았다. 나고야 주부 공항에서 나고야 역까지 메이테츠 열차를 타고 갔다. 미리 클룩에서 티켓 교환권을 구매했고 티켓을 판매하는 곳에서 바우처와 교환했다. 나는 조금 편하게 가기 위해 지정석 티켓인 1등칸 μ 티켓도 같이 구입했다.

메이테츠 열차 티켓

 바로 다카야마로 가는 일정이기 때문에 나고야 역에서 다카야마 역으로 가는 티켓을 구입해야했다. 우리는 다음날 다카야마 근교인 시라카와고도 여행하기로 했기 때문에 [다카야마-나고야 왕복 JR 열차 티켓 + 시라카와고-다카야마 왕복 버스 티켓]을 주는 히다지 패스를 구입해야했다. 히다지 패스의 가격은 약 9300엔 정도다. 히다지 패스는 온라인으로 구입할 수 없고 나고야 역 안에 있는 JR 티켓 구매처에서 구입할 수 있다. 히다지 패스를 구입했다고 바로 열차를 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JR 티켓 매표소에서 열차 티켓을 따로 받아야 한다. 나고야-다카야마 열차 티켓과 다카야마-나고야 티켓을 수령하고 열차를 타러 갔다.

히다지 패스와 JR 열차 티켓

 나고야에서 다카야마까지는 기차로 2시간 정도 걸린다. 아름다운 기후현의 자연경관을 보며 가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다. 맑은 물의 계곡이 쭉 이어지는 기찻길을 보고 있으면 이웃집 토토로 마을로 향하는 기분이 든다. 다카야마 역에 도착한 후 바로 호텔로 향했다. 숙박한 호텔은 hotel around takayama다. 다카야마 역에서 도보로 5~7분 정도 걸린다. 오픈한 지 2년 정도 밖에 안된 호텔이라서 그런지 모든게 신식이고 깔끔했다. 체크인도 키오스크에서 진행하는데 직원이 계속 도와주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다. 객실은 크진 않지만 코지하고 컴팩트했다.

객실 내부

 저녁으로는 히다 지역에서 나오는 소고기인 히다규를 먹기로 했다.  구글맵에서 찾은 Aji-no-Yohei에서 먹었다. 가격은 인당 약 3500엔을 주고 먹었다. 마블링이 매우 훌륭한 소고기와 개인 화로, 그리고 밥과 약간의 반찬이 나온다. 소고기 자체의 양은 적지만 많이 먹으면 물리는 소고기 특성 상 양은 딱 맞다고 느꼈다. 두부처럼 이로 물었을 때 딱 잘리는 정도로 부드러운 고기였다. 히다규를 먹어보는 것은 강추한다.

 새벽 5시 40분 버스를 타기 위해 4시 반에 일어나고 이동 시간이 많은 하루였다. 피곤에 쩔은 우리는 9시 경에 잠에 들었다.

2일차

 본격적인 여행의 시작이자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시라카와고를 가는 날이다. 시라카와고는 작은 마을인데,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시라카와고는 겨울에 눈이 2~3m씩 쌓이는 눈이 매우 많이 내리는  동네다. 혹독한 겨울을 버티기 위해서 Gassho 양식이라고 불리는 매우 크고 두꺼운 지붕이 있는 집을 지었다.
 시라카와고까지는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다. 다카야마 버스 터미널의 티켓 매표소에서 히다지 패스를 보여주면 시라카와고-다카야마 왕복 티켓을 수령할 수 있다. 다카야마 버스 터미널은 다카야마 역 바로 옆에 있다. 시라카와고에 오후 비 소식이 있어 오전에 가기로 했다. 오전 8시 50분 버스 티켓을 전날 저녁 먹기 전에 버스 터미널에서 수령했다.
 시라카와고 까지 버스로 50분 정도 이동하면 시라카와고 도착한다.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동화 속 장면 같은 마을의 모습이 보인다. 산으로 둘러싸여 외부와 단절된 모습, 날씨는 흐렸지만 산에 신기루가 끼어 더 신비로운 모습이었다. 먼저 전망대로 갔다. 더 더워지기 전에 빨리 가기로 했다. 걸어서 15분 정도 올라가면 전망대가 보인다. 마을 전체가 보이기 때문에 꼭 올라가 보는 것을 추천한다. 지브리 영화 같기도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스위치 게임 젤다에 나오는 마을 같았다. 내가 링크가 된 기분이었다.

전망대 뷰
시라카와고 와다케 내부에서 바라본 마을

 전망대에서 내려와서 본격적으로 마을을 걸어다니며 구경했다. 여러 기념품 샵이 있는데 어디서 사든 가격이 똑같아서 좋았다. 나는 시라카와고의 특징인 전통 가옥 모습이 있는 자석과 일러스트가 그려진 엽서를 구매했다.
 시라카와고 안에 식당이 많지는 않다. 우리는 Keyaki 라는 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매우 맛있는 식당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무난한 수준의 우동, 소바, 기타 일식을 판다. 식사 후에는 잠깐 카페를 갔는데 Hanamizuki에서 녹차를 마셨다. 아주 진한 녹차가 나오는데 티백 녹차만 마시던 나는 만족스러웠다.

녹차

 천천히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며 구경하다가 1시 반쯤에 다시 다카야마행 버스를 탔다.

 다카야마로 돌아오자 날씨가 좋지 않았다. 먼저 일본에서만 파는 스타벅스 메뉴를 먹고 싶어서 다카야마 스타벅스를 갔다. 스타벅스에서 잠시 휴식하며 다음 일정을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 그러다가 오는 길에 본 큰 마트를 가고 싶어 가서 구경을 했다. 술 코너가 거의 매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마트였다. 구경하다 보니 밖에서 엄청난 장대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렇게 된김에 마트에서 후리가케, 티백 등 기념품을 쇼핑했다.

저 녹차 스콘이 대단히 맛있었다

 비가 조금 소강되고 난 후 호텔로 돌아가 재정비 후, 저녁을 먹기 전까지 다카야마 전통거리를 구경하기로 했다. 산마치 전통 거리보존지구가 다카야마의 랜드마크다. 다카야마 전통 가옥들이 있고 상점들이 많은 거리라 구경할 것이 많다. 거리 자체는 그리 길지 않아 도보로 1시간 안에 전체 거리를 구경할 수 있다. 나는 기념품으로 전통 간장 양조장에서 4년 숙성 간장을 구매했다. 양조간장인줄 알았는데 집에 돌아와 요리할 때 보니 국간장이다. 매우 짜다. 간장 양조장 외에도 사케 양조장이 있고 사케를 활용한 치즈케이크 등 다카야마에서만 볼 수 있는 간식을 판다.

산마치 전통 거리보존지구

 구경을 다하고 호텔 쪽으로 돌아가려 하던 중 한 일본 노부부가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물론 일본어로 얘기를 했지만 대충 사진이 일본어로 '샤싱'이라는 걸 알고 있던 나는 눈치로 알아듣고 "하이!" 하며 찍어줬다. "이치, 니, 산"을 외치며 사진을 찍어드렸는데 할머니가 일본어로 얘기를 하며 다가와 세로로 찍던 핸드폰을 가로로 돌려줬다. 대충 가로로 찍어달라는 건가 보다 싶어 "하이!" 하고 다시 사진을 찍어줬다. 다 찍고 난 후 일본어로 또 이야기를 하는데,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일본어 못해요'라는 표현을 모르던 나는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칸코쿠진데스"를 외쳤고 노부부는 "아 칸코쿠진데스까? 니혼고~ " 하며 대충 한국인인데 일본어 잘하시네요~ 라는 뉘앙스로 얘기를 했다. 나는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로 (아마도) 칭찬에 대답했고 일본어 잘하는 한국인 이미지를 얻고 떠났다.


 저녁을 어디서 먹을지 고민하던 중 비가 또 엄청 쏟아지기 시작했다. 결국 호텔 앞에 있던 스시 식당을 갔다. 마츠키우시라는 식당을 갔다. 호텔에서 도보로 3분 정도 걸리는 위치였다. 히다규도 팔고 스시도 파는 식당이었다. 비를 피하기 위해 급하게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고가의 식당이라 놀랐다. 우리는 스시를 먹을 생각이었기 때문에 튀김+스시 세트와 그냥 스시 세트를 하나씩 주문했다. 각 세트가 3000엔이 넘는 곳이었다. 하지만 매우 맛있는 스시 + 친절하고 영어가 가능한 직원이 있어 만족스러웠다. 홀 매니저로 보이는 직원이 영어를 매우 잘해서 편했다.

스시 세트 구성 (전체가 보이지는 않음)

 저녁을 먹고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 어라운드 다카야마는 내부 시설로 대욕장과 전세탕을 운영한다. 그래서 호텔 안에 대욕장을 이용할 때 입는 옷과 가방이 따로 있다. 나는 전세탕을 쓰기로 했다. 미리 전날 데스크에 예약을 하면 된다. 가격은 2000엔이었다. 나는 8시에 예약을 해서 7시 55분 쯤에 데스크에서 키를 받고 이용을 했다. 시설은 매우 깔끔했고 무엇보다 혼자 쓰는 것이다보니 만족스러웠다. 가족 단위라면 가족끼리 사용할 수 있다. 50분 동안 사용 가능하다. 탕에 들어가서 온천을 즐기고 깔끔하게 샤워까지 하고 나오면 된다. 서비스로 히다 지역에서 나온 우유까지 준다. 매우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전세장 내부

3일차

 3일차에는 다시 나고야고 돌아가는 날이다. 나고야 역에서 히다지 패스를 살 때 다카야마-나고야 행 티켓도 발권했다. 기차는 11시 반에 타기로 해서 그 전에 다카야마의 또 다른 랜드마크인 미야가와 아침시장에서 아침을 먹기로 했다. 여러 기념품을 비롯해서 정말 시장처럼 식자재도 팔고 타코야끼, 히다규 초밥 같은 간식들도 판다. 아침을 먹기 좋은 곳이다. 나는 日々是好日라는 오니기리를 파는 작은 가게에 들어가서 아침을 먹었다. 여러 종류의 오니기리를 파는데 하나에 250~400엔 정도 한다. 편의점 삼각김밥을 생각하면 좀 비싸지만 내용물이 알차고 밥 자체가 맛있어서 좋았다. 날씨 좋은 미야가와 강을 보며 맛있게 아침을 즐겼다.

미야가와 아침시장

 다카야마를 떠나 다시 나고야로 가는 기차를 탔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의 풍경에서 점점 도시로 변하는 창밖을 보다보니 나고야에 도착했다. 다음 날에 비소식이 있었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촬영지인 록카엔을 가기로 했던 우리는 비가 오지 않는 오늘 가는 것이 좋다고 판단해 역에 도착하자마자 열심히 짐 보관소를 찾아서 캐리어를 보관하고 구와나 역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열차를 타고 가고 있던 중 중간에 한 역에 도착하자 모든 사람들이 우르르 내렸다. 역무원이 호루라기를 불며 우리에게도 나가라고 했다. 벙찐 상태로 내려서 보니 정말 '여기가 어디야?' 싶은 곳이었다. 늦게 내린 탓에 주변에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물어보자니 다들 조금 이상한 행색을 하고 있어 당황스러움이 배가 되었다.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하다보니 다른 사람들이 플랫폼으로 내려오기 시작했고 아마 우리가 탄 열차의 종점이 이 역이고, 다른 열차를 이어타면 되겠구나 싶어 들어오는 열차를 그냥 탔다. 다행이 우리의 추측이 맞았다. 약 45분이 걸렸고 겨우겨우 구와나 역에 도착했다.
 구와나 역에 도착하고 보니 구와나는 유령도시 같았다. 거리에 다니는 사람이 많이 없고 록카엔으로 가는 길도 골목으로 안내되다 보니 조금 무서웠다. '이 길이 맞아?' 싶은 곳으로 가다보니 록카엔에 도착했다.

 구와나 역에서 록카엔까지 도보로 15분 정도 걸렸는데 날이 덥고 습해 도착하기도 전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록카엔에서는 집 내부와 정원을 구경한다. 하지만 내부 구경을 하는 곳에는 에어컨이 없고 선풍기만 있어 조금 힘들었다. 광명처럼 작은 카페 공간이 있는데 유일하게 록카엔에서 에어컨이 나오는 곳이다. 이 곳에서 조금 회복을 하고 정원도 알차게 구경했다. 다만 연못이 있고 습하다 보니 모기가 있다. 산모기다.
 집과 정원은 매우 아름다웠다. 서양 양식과 동양 양식이 공존하는 집으로 찾아가서 구경할 만했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더운 날에 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비가 오는 날에 가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가기 전 아가씨를 꼭 관람하고 가라고 하고 싶다. 더 록카엔이 운치있게 느껴질 것이다.

록카엔 집과 정원

 록카엔에서 구경을 마치고 저녁을 먹으러 가기전 록카엔 앞에 있는 천변도로를 가보기로 했다. 어떤 모습일지 도로로 올라가기 전에는 보이지 않았다. 올라가고 보니 뜻밖의 탁 트인 강의 풍경이 보였다. 시야가 저 멀리까지 트여 바다에 온 것처럼 지평선이 보였다. 잔잔한 강에는 하늘이 비쳐 비가 온 소금사막에 온 것 같았다. 예상치 못한 선물 같은 풍경이었다.

 대전하면 칼국수가 떠오르듯, 나고야에서는 장어덮밥(히츠마부시)이 유명하다. 록카엔을 다 구경하고나니 5시 쯤이 되었는데 지하철을 타고 나고야로 돌아가 저녁을 먹기에는 너무 지치고 배고파서 구와나에서 장어덮밥을 먹기로 했다. 炭焼きうなぎ 新城라는 식당이었고 꽤 역사가 깊은 식당 같았다. 록카엔에서 여기까지 걸어서 20분이었는데 너무 더웠다. 더위를 많이 타는 편인 나는 너무 힘들었다. 애초에 구와나 시가 관광도시가 아니다보니 이 곳은 현지인 맛집임이 틀림없었다. 들어가서 자리를 안내 받기 전까지 나는 손님이 한 명도 없는 줄 알았다. 그 정도로 다들 조용히 밥만 먹고 있었다. 장어덮밥 2그릇을 주문했다. 장어 자체가 비싸다보니 장어덮밥 1그릇에 약 3300엔 정도 했다. 맛은 맛있었다. 내가 먹어본 장어덮밥 중에서는 제일 맛있었다. 첫 1/3은 장어덮밥 그대로 먹고, 다음 1/3은 와사비와 함께 먹고, 마지막 1/3은 차를 부어 오차즈케로 먹는다. 나는 와사비와 함께 먹는 것이 제일 맛있었다. 가게 자체가 살짝 더운 감이 있었는데 마지막에 뜨거운 차를 부어 오차즈케로 먹으니 더위가 갑자기 확 올라왔다. 허겁지겁 먹고 식당을 나왔다. 구와나에 도착한 후 계속 더위가 연속되니 역으로 돌아가는 길이 참 힘들었다. 하지만 열차 시간을 확인해보니 좀 서둘러서 가야해서 걸음을 재촉했다.

히츠마부시

 나고야-구와나 열차는 일반 열차였던 것 같다. 그래서 정차하는 역이 많았는데 구와나에서 나고야로 가는 열차는 특급 열차를 탔다. 그래서 정차하는 역 없이 바로 나고야로 갔는데 그렇다 보니 약 15분 만에 나고야에 도착했다. 물론 가격은 약 2배 정도 차이나지만 구와나로 오는 길에 이름 모를 역에 정차하고 45분이나 걸렸던 것을 생각하면 특급 열차를 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짐을 찾고 호텔을 갔다. 나고야에서 숙박한 호텔은 나고야 프린스호텔 스카이 타워다. 보통 나고야 JR 게이트 타워 호텔과 프린스 호텔을 많이 고민하는데 우리는 역과의 거리를 포기하고 조금 더 넓은 공간과 뷰를 선택했다. 역에서부터 캐리어를 끌고 15분 정도 걸어가야 했다. 다카야마 같이 한적한 곳에 있다가 나고야라는 대도시에 오니 정신이 없었다. 프린스호텔은 스카이 타워 안에 있다. 스카이타워 자체는 주상복합 건물이고 31층부터 38층까지가 호텔인데 그래서 1층 로비에서 프린스 호텔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찾는 것이 미로 같았다. 체크인 할 때 결제 카드에 문제가 있어 약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매니저로 보이는 직원이 일본어를 하다가 너무나도 익숙한 억양의 '잠시만요'가 나오자 반가웠다. 한국인이었다.

호텔 뷰

 체크인 마치고 들어간 객실은 확실히 넓고 뷰가 좋았다. 일본 호텔이 맞나 싶을 정도로 방이 넓었다. 각자 캐리어를 펼치고 정리해도 공간이 남는 수준이었다. 프린스호텔을 우리는 공식 웹사이트에 예약했다. 결제는 현장 결제로 진행했다. 익스피디아나 아고다 같은 호텔 예약 플랫폼에서 예약하는 것 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예약을 할 수 있었다. 꼭 공식 웹사이트에서도 가격을 확인하는 것을 추천한다.
 체크인을 하고 나니 시간이 꽤 늦어 그대로 쉬다가 잠을 잤다.

새벽 에피소드

 그대로 잠을 자던 중 한 새벽 세시에 갑자기 큰 알람 소리가 들렸다. 잠에 깨서 무슨 상황인지 파악을 하고 있었다. 일본어로 어떤 안내 방송이 나오다가 영어로 나오니 'The fire alarm is activated' 라는 말이 들렸다. 별안간 소방 알람이 울린 것이다. 문을 열어 확인해보니 다른 투숙객들도 밖에 나와 어떤 상황인지 확인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알람이 멈췄는데 다시 울리기 시작했고 내가 묵고 있는 34층에서 소방 알람이 울렸고 직원이 확인 중이라는 안내가 나왔다. 일본 투숙객들이 "마지?" (실화냐? 라는 뜻)를 외치며 로비로 내려갔고 나를 비롯한 외국인 투숙객들은 뇌정지가 왔다. 그렇게 5분이 흐른 후 알람이 꺼졌고 일본어로 안내 방송이 나왔다. 영어 방송이 나오지 않아 정확히 어떤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알람이 해제되었다는 소리 같았다. 그대로 다시 잠을 청했다. 여행와서 호텔에서 숙박하다가 소방 알람이 울린 것은 처음이었다. 만약 진짜 불이 났으면 아무 대피를 하지 않은 난 아마 죽었을 것 같다.

4일차

 4일차는 본격적인 나고야 투어였다. 비가 계속오는 하루였다. 느즈막히 일어나 우리는 점심을 먹으러 가기로 했는데 라멘을 먹기로 했다. 찾아보다가 현지인 맛집 같은 식당을 찾았다. 시시마루라는 라멘집을 갔다. 확실히 주변 직장인들이 점심을 먹으러 나온 분위기였다. 라멘 한 그릇에 800~1000엔 정도 했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서는 오레노 라멘을 제일 좋아한다. 닭육수의 라멘인데 사골처럼 진한 육수가 특징이다. 시시마루도 닭육수 라멘인데 오레노 라멘과는 또 다른 매력의 라멘이었다. 되게 맛있는 라멘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이치란 라멘 같은 체인 라멘보다는 닭육수 라멘을 선호하다보니 나는 극호였다. 로컬 라멘을 먹어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점심을 먹고 우리는 도요타 산업기술 기념관을 갔다. 같이 간 친구가 차를 좋아해서 꼭 가자고 했다. 결론적으로는 매우 추천한다. 입장료는 인당 500엔인데 가성비가 매우 좋았다. 도요타가 방직 회사로 시작했다보니 방직 기계관부터 시작하는데 직원이 직접 방직의 원리를 알려주기 위해 솜을 실로 만드는 시연을 보여준다. 자동차 관으로 넘어오면 금속 주조하는 것도 시연해주고, 여러 실제 옛날 자동차부터 현재의 렉서스 슈퍼카까지 볼 수 있다. 탈 수는 없다. 하지만 다양한 자동차 만드는 기계를 하나씩 다 작동시켜 볼 수 있어 재밌었다. 구성이 매우 알차서 솔직히 1500엔이어도 나는 가성비가 좋다고 느꼈을 것 같다. 가족 단위로 구경 와도 좋을 것 같다.

자동차 관

 기념관 근처에 있는 노리타케 공원 쇼핑몰을 갔다. 이 안에 있는 츠타야를 가고 싶어서 갔다. 츠타야 회장의 책을 읽은 적이 있어서 일본을 가면 꼭 가보고 싶었다. 그냥 서점이다. 교보문고처럼 문구류도 같이 파는 서점인데 공간을 잘 꾸며놓는다고 해서 꼭 가보고 싶었다. 나처럼 츠타야를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으면 가는 것을 추천하다. 아니라면 굳이 갈 필요는 없다.

실제로 책이 있는 것이 아니고 절반은 거울이다

 가에지마 역에서 사카에 역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사카에 역에는 여러 백화점이 있는 도심지역이다. 추부타워 등 나름 유명한 나고야의 랜드마크가 모여있다. 우리는 그 중에서도 HARBS라고 하는 유명한 디저트 카페에 가기로 했다. 가서 티와 크레이프 케이크를 먹었다. 티와 케이크의 궁합이 좋았다. 디저트 카페를 찾고 있다면 추천한다.

추부 전력 미라이 타워
아이스 티와 크레이프 과일 케이크

 카페에서 잠시 휴식 후 본격적인 쇼핑을 시작했다. 먼저 돈키호테를 갔다. 돈키호테에서 거의 1시간을 쇼핑했다. 나는 유명한 동전파스를 비롯해서, 손톱깎이, 붙이는 알보칠, 쿨링 아이패치 등을 샀다. 이후에 백화점을 구경했는데 옛날에 유튜브에서 봤던 Addiction Tokyo라는 화장품 브랜드가 있었다. 리퀴드 블러셔가 유명해서 두 개를 샀다. 이 날이 내 생일이었다보니 친구가 사줬다. ㅎㅎ 고맙당

어딕션 블러셔

 알차게 면세도 받고 이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저녁은 찾아보다가 오코노미야끼 같은 일식을 먹기로 했다. 그러다가 리뷰가 3500개가 넘는데 무려 평점이 4.9점인 식당이 있어 거기로 갔다. 츠키시마몬자 쿠야 나고야히사야도리 파크였다. 7시 반쯤 갔는데 줄이 있었다. 30분 정도 줄을 서고 먹었다. 알고보니 여기는 오코노미야끼도 유명하지만 몬자야키라는 음식이 유명한 곳이었다. 처음 들어보는 음식이었는데 가게 안 손님들이 대부분 몬자야키를 먹고 있어서 우리도 먹기로 했다. 하이볼과 함께 명란 몬자야키를 주문했다. 줄을 서며 몬자야키를 나무위키에 검색해보니 비주얼이 안 좋다는 이야기를 봤는데 눈 앞의 철판에서 직원이 조리하는 모습을 보니 그 말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솔직히 토처럼 생겼다. 조금 좋게 말하면 안 익은 전 같다. 안 익은 전 같은데 그게 조리가 완성된 모습이었다. 작은 스크래퍼로 긁어서 떠먹는 음식인데 의외로 생긴 것과는 다르게 맛있다. 양배추와 전분물, 그리고 명란이 들어가 짭조롬하면서 고소한 맛이었다. 하이볼과 잘 어울렸다. 또 먹다보니 점점 더 익으면서 철판에 누룽지처럼 눌러붙는데 그게 또 맛있었다.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완성된 몬자야키

 저녁을 먹고 호텔까지는 택시를 타고 가고 싶었다. 하지만 도무지 어떻게 타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결국 사카에 역에서 나고야 역까지 지하철을 타기로 했다. 금요일 밤이다 보니 서울의 퇴근길처럼 사람이 정말 많았다. 다닥다닥 붙어 열차에 탑승했는데 친구가 갑자기 "저기 누가 토했는데?" 라고 했다. 돌아보니 내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정말 열차 바닥에 토를 했다. 여기서 놀라운 건 오히려 아주머니의 등을 두드리고, 손수건을 건네던 사람들이다. 그 누구도 그 아줌마에게 뭐라하는 사람이 없었다. 등을 두드려주던 아저씨는 일행이 아닌 것 같았는데 아주머니와 함께 다음 역에 같이 내렸다. 다만 사람 많은 지하철이다보니 토를 미처 치우지 못한 채 다른 승객들은 그 토 위에 서야만 했다. 나는 그 다음 역인 나고야 역에서 내렸다.
 호텔 근처의 스타벅스에서 나고야 컵을 사고 호텔로 돌아가 또 휴식했다.

5일차

 드디어 이번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아침은 조식을 먹었다. 탁 트인 뷰와 함께 먹는 조식이었다. 다만 생각보다 조식 뷔페가 작아서 먹을 음식이 많지 않았다. 오믈렛 코너는 있지만 쌀국수 코너는 없었다. 음식이 맛 없지는 않았지만 가짓수가 많이 없어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배부르게 먹고 방으로 돌아가 짐을 마저 정리했다.

조식 뷔페 뷰

 이제 다시 공항으로 가기 위해 나고야 역으로 가야했다. 비 오는 날, 캐리어를 끌고 15분 걸어 역으로 가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현금이 남는 김에 그냥 택시를 타기로 했다. 리셉션에 택시를 불러달라고 부탁했고 편하게 갔다. 도보 15분 거리니 택시를 타니 한 5~7분 정도 탄 것 같다. 하지만 거의 850엔을 냈다. 일본 택시는 정말 비싸다. 나고야 역에서 추부 공항까지 가는 메이테츠 열차도 역시 클룩에서 미리 바우처를 구매했다. 추부 공항에서처럼 바우처를 티켓으로 교환하고 열차에 탑승했다.
 공항에 도착해서 수속을 하고 면세점에서 일본 기념품을 여럿 구매했다. 부모님께 드릴 5만원짜리 사케도 사고 친구에게 줄 선물도 사고 알찬 쇼핑을 하고 그렇게 비행기에 다시 탑승했다.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Q-Code를 작성했다. 물론 비행기에서 주는 양식을 작성해도 되지만 역시 QR코드가 있으면 더 빨리 통과할 수 있다.
 그렇게 한 시간 반의 비행 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짐을 찾고 와이파이도시락도 반납하고 대전으로 향하는 버스에 탑승했다. 그렇게 이번 여행이 끝났다.

소감

 성인이 되고 난 후 처음으로 친구와 떠난 해외 여행이었다. 호기롭게 한국인이 없는 지역으로 가기로 했지만 언어장벽 등 여러 걱정이 많았다. 같이 간 친구 덕분에 별 문제 없이 잘 즐기고 온 것 같아 고맙다. 우리는 한번도 싸우지 않았다. 록카엔에서 내가 너무 더워서 조금 예민해지긴 했지만 착한 친구 덕분에 싸우지 않았다. 내가 또 시라카와고, 다카야마, 구와나 같은 소도시를 갈 일이 있을까 싶다. 20대 초반이고 친구와 함께 해서 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같이 일본 소도시의 추억을 해준 친구에게 다시 한 번 더 감사를 전하고 싶다.